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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IT 트렌드 : 클라우드 보안 인수 '빅딜'

2025.03.31

 

이달 구글은 사이버보안 스타트업 위즈(Wiz)를 약 320억 달러(한화 약 46조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구글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인수이며, 동시에 최근 몇 년간 IT 업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보안 관련 빅딜이기도 합니다. 위즈는 2020년 이스라엘에서 설립된 클라우드 보안 전문 기업으로, 멀티클라우드 환경에서 보안 취약점과 위협을 신속하게 식별하고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합니다. 특히 별도의 소프트웨어 설치 없이 클라우드 API를 통해 보안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에이전트리스(agentless) 방식을 채택해, 배포와 운영이 간편하면서도 실시간 가시성을 제공하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인수는 구글이 클라우드 시장에서 보안 리더십을 선점하고, 글로벌 CSP 경쟁에서 차별화된 보안 리더십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위즈 인수 배경: 클라우드 보안 전주기 강화

 

구글의 위즈 인수는 단일 기술 보완이 아닌, 클라우드 보안 전반에 걸친 전략적 포트폴리오 확장의 일환으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구글은 지난 2022년에도 두 개의 보안 전문 기업을 인수한 바 있습니다. 하나는 보안 운영 자동화 플랫폼 시엠플리파이(Siemplify), 다른 하나는 침해사고 대응 및 위협 인텔리전스 분야에서 세계적인 전문성을 가진 맨디언트(Mandiant)입니다.

 

시엠플리파이는 보안 운영 센터(SOC)에서 탐지-분석-대응의 전 주기를 자동화해주는 플랫폼이며, 맨디언트는 고도화된 사이버 위협 분석과 대응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입니다. 여기에 멀티클라우드 환경 전반에 대한 보안 가시성과 위협 대응 역량을 갖춘 위즈까지 더해지면서, 구글은 탐지부터 분석, 대응, 복구까지 이어지는 클라우드 보안의 전주기를 통합적으로 내재화하게 되었습니다.

 

위즈는 특히 멀티클라우드 환경에서의 보안 통합에 강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AWS, Microsoft Azure, Google Cloud 등 주요 클라우드 플랫폼을 모두 지원하며, 각 클라우드에 분산된 워크로드, 자산, 권한, 네트워크 연결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시각화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역량은 단순한 보안 기능을 넘어, 복잡한 멀티클라우드 환경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보호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평가됩니다. 구글 입장에서는 이처럼 멀티클라우드에 최적화된 보안 플랫폼을 확보함으로써, 보안을 기반으로 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매우 큽니다.

 

 

복잡해지는 클라우드 보안 환경

 

클라우드 보안 강화는 비단 공급자인 빅테크 기업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실질적인 수혜자인 고객 기업의 입장에서 클라우드 보안은 점점 더 중요한 생존 조건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대부분의 엔터프라이즈 기업은 특정 벤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멀티클라우드 전략을 채택하고 있으며, 동시에 DevOps와 자동화된 배포 환경 속에서 클라우드 인프라가 실시간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보안팀은 자산의 실시간 파악, 권한 관리, 취약점 대응 등에서 과거보다 훨씬 높은 복잡성과 운영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문제는 공격자들도 이러한 클라우드 구조에 최적화된 공격 방식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내부 직원의 권한을 이용해 시스템을 옮겨 다니거나, 설정이 잘못된 저장소나 외부 연결 기능(API)을 통해 중요한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 개발 과정에 악성코드를 심는 방식의 공격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처음부터 보안을 고려해 클라우드 시스템을 설계하고, 다양한 요소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처럼 복잡한 보안 체계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일은 이제 대부분의 기업이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빅테크가 클라우드 보안을 강화하는 이유

 

이러한 고객사의 복잡한 보안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구글을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은 클라우드 보안을 기술 경쟁력이 아닌 핵심 고객가치 전달 요소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있습니다. 기업 고객이 클라우드 플랫폼을 선택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기준이 성능이나 가격보다 ‘보안 신뢰도’로 이동하고 있는 현실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에게 보안이 단순한 기능을 넘어서 사업의 핵심이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특히 금융, 제조, 공공, 헬스케어 등 보안 민감 산업에서는 클라우드 보안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으면 클라우드 도입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CSP는 단순한 인프라 제공자가 아닌, 신뢰할 수 있는 보안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구글이 위즈를 포함한 보안 전문 기업을 외부에서 인수하는 이유는, 클라우드 보안이 기술적 영역을 넘어 ‘성장 전략의 중심축’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클라우드 보안은 더 이상 특정 보안 기능이나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클라우드 플랫폼 자체의 신뢰성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적 영역입니다. 고객 기업들은 더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멀티클라우드 환경 속에서 실시간 가시성과 통합 대응 체계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는 CSP의 보안 역량은 선택의 기준이자 유지의 조건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IT 산업에서는 누가 더 안전한 클라우드를 제공할 수 있는가가 경쟁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보안 전문 기업에 대한 투자와 인수합병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며, 클라우드 보안은 인프라의 하위 구성요소가 아닌 비즈니스 전략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입니다. 클라우드 보안 경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며, 그 무대는 더욱 정교하고,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