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01

글로벌 AI 기업들이 앞다투어 B2C 시장에서 B2B 시장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OpenAI는 이달 초 GPT-5를 공개하며 단순 소비자용 챗봇을 넘어 기업용 AI 에이전트 기능을을 선보였습니다. 현재 코딩 분야에서 점유율 42%를 확보하며 오픈AI를 제치고 B2B LLM 시장 1위에 올라있는 앤트로픽은, 코딩과 추론에 특화된 클로드 오푸스 4.1을 출시하며 경쟁력을 공고히 했습니다. MS의 코파일럿은 포춘 500대 기업의 85%가 마이크로소프트 AI를 도입했다고 발표하면서 영향력을 과시했으며, 캐나다의 코히어(Cohere) 역시 기업 맞춤형 AI 에이전트 구축을 지원하는 추론 모델을 공개했습니다.
이들 기업의 공통된 목표는 명확합니다. 기업의 민감한 데이터와 보안을 철저히 보호하면서, 기존의 업무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와 워크플로우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급격한 기술 발전 속에서, 일각에서는 "AI 에이전트가 기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의 종말을 불러올 것"이라는 대담한 예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한 임원은 "2030년이면 AI 기반 비즈니스 에이전트가 주류가 되고, 기존 SaaS 애플리케이션은 구시대의 유물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AI 에이전트가 SaaS를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합니다.
첫째, 기존 SaaS는 다수의 고객을 위한 범용 제품이기에 개별 기업의 특수한 요구를 완벽히 충족시키지 못하지만, AI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고유한 워크플로우에 맞춰 '초개인화된 소프트웨어'를 즉시 생성할 수 있습니다. 둘째, 사용자 경험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복잡한 UI(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학습하는 대신, 자연어로 AI 에이전트에게 원하는 작업을 지시하는 방식이 훨씬 직관적이고 효율적이므로, 정교하게 설계된 전통적인 SaaS의 UI 가치가 퇴색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마지막으로 비용 구조의 문제입니다. 사용자 수나 데이터 처리량에 따라 과금되는 SaaS와 달리, AI 에이전트는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업무를 처리하고 고객 지원 티켓 수를 획기적으로 줄여줍니다. 결국, 기업 고객은 비싼 SaaS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더 효율적인 AI 에이전트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이 과장되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AI가 SaaS의 '인터페이스'나 '기능 구현' 방식을 혁신할 수는 있어도, SaaS가 제공하는 신뢰성, 전문성, 책임, 표준화, 그리고 잘 설계된 경험이라는 핵심 가치까지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설령 AI가 코드를 무한히 생성한다 해도, 모든 고객이 만족하는 소프트웨어를 효과적으로 설계하고 운영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고객이 SaaS에 비용을 지불하는 이유는 단순히 기능 때문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용자 피드백을 통해 정교하게 다듬어진 인터페이스와 데이터 모델, 그리고 그 안에 축적된 산업별 전문 지식과 커뮤니케이션 생태계 때문입니다. 또한 인사, 재무와 같이 규제가 엄격하고 복잡성이 높은 엔터프라이즈 시스템을 AI가 단번에 대체하기는 어렵습니다.
모든 업무가 대화형 UI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AI 에이전트의 대화형 인터페이스가 특정 작업에는 탁월하지만, 복잡하고 시각적인 데이터 분석이나 설계 업무는 여전히 잘 만들어진 시각적 인터페이스가 필수적입니다. 마지막으로, AI가 생성했든 자체적으로 구축했든 모든 소프트웨어는 지속적인 업데이트, 보안 패치, 규제 변화에 대한 적응이 필요합니다. SaaS 제공업체는 이러한 복잡한 유지보수 업무를 대신 처리하며 고객에게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보장합니다.

결론적으로, 붕괴하는 것은 SaaS 기업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알던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의 개념'일 수 있습니다. 정해진 UI를 통해 데이터를 입력하고 고정된 워크플로우를 따르던 방식에서, 자연어로 AI 에이전트와 상호작용하며 동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것입니다.
SaaS 기업들은 최근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AI 네이티브'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수십 년간 쌓아온 데이터, 고객과의 신뢰, 산업별 전문 지식은 AI 시대에 무엇보다 강력한 경쟁 우위로 작용할 것입니다. 고객은 단순히 코드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신중하게 설계된 경험, 도메인 전문성,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매하기 때문입니다.
궁극적으로 SaaS는 사라지지 않지만, AI를 중심으로 비즈니스 로직과 사용자 경험이 재편되는 'AI 네이티브' 구조로 진화할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경영진이 취해야 할 전략은 '대체'가 아닌 '융합'과 '진화'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기존 SaaS 투자를 보호하고 활용하면서 AI 에이전트의 강점을 결합하여 시너지를 창출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이 필요합니다.
기업들은 이미 다양한 SaaS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으며, AI 에이전트가 이 비용을 대체하거나 유의미하게 절감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가 높습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기존 SaaS 비용에 AI 에이전트 도입 비용이 더해지는 '이중 지출'의 위험도 존재합니다. 이달 발표된 MIT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도입한 기업 중 실제 매출 성장으로 이어진 사례는 5%에 불과하며, 이는 AI 도입의 투자수익률(ROI) 달성이 결코 간단한 과제가 아님을 시사합니다.
따라서 신규 SaaS 도입이나 계약 갱신 시, AI 에이전트와의 통합 가능성 및 유연성을 핵심 평가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경직된 장기 계약보다는 유연한 단기 계약을 고려하고, 전사적 도입에 앞서 백오피스 업무 자동화처럼 명확한 ROI가 기대되는 영역에 AI 에이전트를 우선 시범 도입하여 성공 사례를 축적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AI 에이전트는 '보이지 않는 직원'이지만, 그 운영 안정성과 관리 가능성은 리더들의 가장 큰 우려 사항입니다. 기존 SaaS 시스템과의 원활한 통합은 그 자체로 복잡한 과제이며, 이를 관리할 새로운 기술 조직과 전문가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여러 SaaS를 통합하는 단일 인터페이스 역할을 AI 에이전트가 수행하게 되면, 특정 AI 벤더에 대한 종속성(Lock-in) 심화라는 새로운 위험이 발생합니다.
이를 위해 도입 초기부터 데이터 보안, 윤리적 기준,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를 포함하는 'AI 거버넌스' 체계를 수립해야 합니다. AI의 환각 현상을 제어하고, AI 에이전트를 실제 업무에 쉽게 적용하도록 돕는 통합 플랫폼을 활용하여 복잡성을 줄이고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술의 변화는 궁극적으로 사람과 조직의 변화를 요구합니다. AI 시대의 핵심 인재는 특정 SaaS 툴 사용에 능숙한 사람보다 'AI 에이전트에게 정확하게 일을 지시하고 결과를 검증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입니다. 이는 기존 직원의 재교육과 새로운 인재상 정립이라는 과제를 안겨줍니다.
중요한 것은 AI를 완전한 자율 에이전트가 아닌, 인간의 판단과 결정을 보조하는 'AI 동반자(Co-pilot)'로 포지셔닝하는 것입니다. 사용자가 최종 통제권을 유지하며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협업 모델을 지향함으로써, 직원들이 단순 반복 업무에서 벗어나 더 창의적이고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하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AI 에이전트와 SaaS의 관계는 '제로섬 게임'이 아닌,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 '상호 보완적 진화'의 과정입니다. SaaS가 제공하는 안정적인 시스템과 데이터 기반 위에 AI 에이전트라는 역동적인 인터페이스와 자동화 엔진이 결합될 때, 기업은 진정한 운영 효율성과 혁신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