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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IT 트렌드: 소버린 AI, 기업에게도 중요할까?

2025.06.27

 

2025년 6월, 국내 인공지능 정책의 흐름이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정부는 최근 과학기술 정책 전면에 산업계 출신 AI 전문가들을 전진 배치하며 ‘소버린 AI’를 핵심 기조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비단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유럽연합은 자국 내 AI 가이드라인을 의무화하는 ‘AI 법안’을 중심으로 오픈 유로 LLM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프랑스·중국·UAE 등은 자국어 기반 초거대 언어 모델 개발에 수십조 원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AI는 이제 글로벌 패권 경쟁의 핵심 무기로 부상했으며, 공공안보, 산업데이터 보호, 기술 자립을 위한 전략적 자산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정부가 소버린 AI를 추진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도 과연 소버린 AI가 꼭 필요한 걸까요? 글로벌 AI 서비스를 활용하면 성능과 비용 면에서 더 유리하지 않을까요? 이 글에서는 소버린 AI의 개념을 짚고, 기업 관점에서 왜 지금 이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소버린 AI란 무엇인가?

소버린 AI(Sovereign AI)는 외부 거대 기술 기업의 AI 인프라나 모델에 의존하지 않고, 특정 국가나 조직이 자율적으로 운영·통제할 수 있는 인공지능 체계를 뜻합니다. 즉, AI 모델과 데이터가 자국 내에서 처리되고 저장되며, 외부 개입 없이 독립적으로 활용 가능한 구조입니다.

 

‘독립성’의 범위에는 스펙트럼이 존재합니다. AI 모델만 자체 구축하는 수준부터, 인프라·반도체까지 자국 기술로 내재화하는 수준까지 단계가 다양합니다. 중요한 건 핵심 데이터를 외부로 넘기지 않고, 기술 인프라에 대한 통제권을 내부에 보유한다는 점입니다.

 


기업에게도 소버린 AI가 중요한 이유

소버린 AI는 더 이상 공공 영역에만 국한된 이슈가 아닙니다. 기술 및 규제 환경이 급변하는 지금, 민간기업에게도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와 리스크 대응 측면에서 전략적 선택지가 되고 있습니다.

 

1. 기술 종속과 지정학 리스크에 대한 회피

AI가 고객 응대, 의사결정 지원, 운영 자동화 등 기업의 핵심 업무에 깊이 들어온 만큼, 특정 클라우드 벤더나 국가 기술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곧 비즈니스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정학적 긴장, 수출 규제,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으로 외부 서비스가 제한될 경우 기업의 운영 자체가 마비될 수 있습니다. 소버린 AI 전략은 이러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기술 인프라를 자국 혹은 기업 내부에서 통제함으로써 보다 안정적인 운영 환경을 보장합니다.

 

2. 비용의 예측 가능성과 운영 안정성 확보
글로벌 AI API나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할 경우, 사용량 기반 과금 모델과 환율, 정책 변경 등으로 인해 비용이 급변할 수 있습니다. 반면, 소버린 AI는 보다 투명하고 통제 가능한 비용 구조를 제공하며, 자체 인프라나 지역 파트너를 활용해 예산 계획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글로벌 서비스 장애나 정책 변경에 따른 갑작스러운 가격 인상 리스크도 줄일 수 있습니다.

 

3. 현지 규제 준수 및 문화적 특수성에 대한 대응력
소버린 AI는 단순히 ‘한국어를 잘하는 AI’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글로벌 모델들도 한국어 성능은 이미 상당 수준에 도달했지만, 법률 해석이나 규제 준수, 문화적 맥락, 산업별 도메인 지식까지 완전히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금융 규제, 산업안전 기준, 개인정보보호 법령 등은 국가별로 상이하며, 현지 최적화된 AI가 필요합니다. 기업은 소버린 AI를 통해 이러한 규제와 환경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하고, 고객 및 임직원이 신뢰할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어떤 기업이 소버린 AI가 필요할까?

 

산업 특성상 데이터 주권과 안정성이 중요한 기업들은  소버린 AI 활용으로 큰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1. 공공 부문과 국가 핵심 인프라
정부 기관, 국방, 에너지 등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분야는 소버린 AI의 1차 수혜 대상입니다. 외국 기술 종속을 줄이고 자국 내 통제되는 AI 인프라로 안정성과 보안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2. 금융·제조·통신 등 핵심 산업
이들 산업은 대규모 민감 데이터를 다루며, 보안성과 안정성이 브랜드 신뢰와 직결됩니다. 금융업은 개인 금융 정보 보호, 제조업은 공정 데이터와 기술 자산의 해외 유출 방지, 통신업은 국가 기반 통신망 보안 책임을 져야 합니다.

 

또한 이들은 모두 규제에 민감한 산업입니다. 금융감독, 산업안전, 통신법 등 각종 컴플라이언스를 충족하려면 데이터 저장 위치, 처리 방식, AI 결과의 추적 가능성까지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소버린 AI로 민감 데이터를 자체 통제하에 국내 인프라에서 보관·처리하면 규제기관과 고객 양측에 높은 신뢰를 구축하고, 내부 감사 및 통제 체계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3. 다국적 기업
각 지역별 법규를 준수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는 다국적 기업들은 지역별 소버린 AI 인프라로 이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유럽 내 데이터센터 기반 AI를, 아시아에서는 현지 파트너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멀티 클라우드·멀티모델 전략이 가능합니다.

 


기업에게도 '소버린'은 전략적 키워드

 

소버린 AI는 단지 국가 기술 주권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변화하는 기술 환경, 지정학 리스크, 규제 패러다임에 대응하고 장기적인 비즈니스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외산 vs 국산’이라는 이분법이 아니라, “우리 기업이 기술과 데이터를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는가”입니다. 데이터 주권, 알고리즘 투명성, 공급망 안정성이 비즈니스 리스크 관리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잡은 지금, 기업들은 AI 인프라 의존도와 통제 가능성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합니다. 변화하는 지정학적 환경과 규제 패러다임에 대비한 전략적 준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